[E]전문가칼럼2015. 12. 14. 10:38

 

2015.12.13

신간《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중에서

 

 

이창무 필자 소개 :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형사사법학(Criminal Justice)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부 기자이던 시절에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 피살사건', '재미킬러 고용 청부살인사건', '한총련 연세대 사태' 등을 취재하여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 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는 《패러독스 범죄학》 《10년 후 세상》(공저) 《크라임 이펙트》 등이 있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실현되는 '빅브라더'의 미래

 

프리 크라임(Pre-Crime)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프리 크라임이란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범죄 장소, 방식, 피해자, 범죄자 정보를 예측하여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체포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말이죠.

 

실제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구글은 인터넷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미래의 일들을 예측하는 리코디드 퓨처스(Recorded Futures)라는 기업을 지원하여 프리 크라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산타클라라 대학은 범죄 예측 서비스인 프레드폴(predpol)을 개발했습니다.

 

프레드폴이란 예를 들어 미리 범죄가 발생할 지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하고 수사를 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도입했으며 특히 영국의 켄트 주는 프레드폴을 적극 활용하여 범죄발생률을 연간 14만 건에서 10만 건으로 약 30% 줄이는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은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리 정보를 분석하여 범죄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졌던 프로그램 가운데 스타라이트 프로그램(Starlight program)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물의 이동경로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테러 용의자 등을 찾고 현재 위치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 경제적 삶을 이용하는 '리틀시스터'의 미래

 

때로는 우리도 모르는 우리 정보를 기업이 먼저 알아챌 때도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마트인 타깃(TARGET)은 말 그대로 타깃을 완벽하게 공략하기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어떤 아저씨가 타깃에 항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왜 우리 집에 출산 키트를 광고하느냐는 것이었죠.

 

하지만 아저씨는 모르고 타깃은 아는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아저씨의 딸이 임신을 했던 겁니다. 타깃은 임산부가 임신 초기에 많이 사는 영양제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신 중기가 되면 로션을 많이 산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타깃은 그 아저씨의 딸이 초기에 여러 영양제와 논카페인 제품을 많이 사더니, 중기가 되어서 로션을 구입하는 것을 파악한 뒤 아저씨 집으로 출산 키트 광고지를 보냈던 겁니다. 이게 빅 데이터의 한 사례입니다.
 
마트가 빅 데이터를 활용한 유명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바로 월마트의 '맥주와 기저귀 세트'입니다. 아이 아빠들은 기저귀를 사러 왔다가 맥주까지 장바구니에 넣는다는 소비 패턴을 분석한 예입니다. 개인의 스타일, 취향, 이런 것들이 다 공개되는 것이죠. 소비 패턴과 자사 상품을 연관 짓는 매칭 시스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고객의 행동 시점에 따른 욕구(needs)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내역서부터 마트 영수증까지 우리 일상 정보는 CCTV 외에도 무수히 많은 금융기업과 유통기업들로부터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소비 데이터뿐만이 아닙니다. 온라인 쇼핑몰은 각각의 아이디가 언제, 어떤 상품을, 얼마나 자주 검색했는지 기록합니다. 이런 정보를 종합하여 분석하면 기업의 마케팅팀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의 본인도 모르는 고유한 특성까지 분석합니다.

 

◆ 정보권력과 국민이 서로 감시하는 사회

 

우리는 정보권력의 범죄기회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것입니다. 이걸 시놉티콘(synopticon)이라고 합니다. '서로 동시에 감시한다'는 뜻이며 대중이 권력자를 역으로 감시한다는 뜻이죠. 지금 우리가 권력자들을 감시하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미국의 예를 봅시다. 미국 국민은 9.11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여겼습니다. 자의에 따라 개인의 자유가 다소 줄어드는 것은 감내했죠. 하지만 국가가 정보권력을 쥐고 프리즘 시스템을 통해 동맹국과 자국민의 정보까지 감청했다는 사실에 미국민은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게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하라고 압박을 넣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언론, 시민단체를 통해 국가와 정보권력에 대한 감시를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련된 법도 강화해야 합니다.

 

 

◆ 정보권력을 쥔 자들에게 전하는 말

 

정보권력이 문제가 된다고 정보기술을 폐기할 수는 없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석유 사용을 전면 금지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등과 같은 제3의 대안이 등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보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감시자를 철저히 감시할 수 있는 '역감시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력기관과 국민이 동시에 서로를 감시하는 일종의 시놉티콘(Synopticon) 시스템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역감시 시스템 작동 등을 통해 정보권력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법적, 제도적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미래에 우리의 일거수일투족과 나아가 사고까지 지배하려는 빅브라더와 리틀시스터에에 맞서야 합니다. "We are watching you." 억압받지 않기 위해 대중이 정보권력을 쥔 자의 눈을 똑바로 보며 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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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전문가칼럼2015. 12. 1. 09:35

 

2015.11.30
신간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중에서

 

 

 

 

 

 이창무 필자 소개 : 미국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형사사법학(Criminal Justice)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부 기자이던 시절에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 피살사건', '재미킬러 고용 청부살인사건', '한총련 연세대 사태' 등을 취재하여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 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는 《패러독스 범죄학》 《10년 후 세상》(공저) 《크라임 이펙트》 등이 있다.

 

"나의 단 하나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들의 이름에 반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리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이메일, 당신 부인의 전화 내역을 보고 싶다면 나는 이 시스템을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당신의 이메일, 비밀번호, 통화기록, 신용카드까지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사회에 살고 싶지 않다."

 

전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비밀정보수집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며.

 

◆ 빅브라더가 당신을 감시하는 미래

 

지금은 감시 사회입니다. 감시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들이 합니다. 최근 정보보안이란 단어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해킹 보안도 많이 이야기가 나오지만 외부에서 안으로 침투해서 들어오는 경우보다는 내부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방화벽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외부에서 오는 걸 막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바깥으로 데이터를 빼 가는 것을 막는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DLP, ERM 등의 프로그램들이 안에서 바깥으로 빼내지 못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사원들이 쓰는 메신저, 이메일 등도 정보보안이라는 명복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정보사회의 어두운 면들이 되겠지요.

 

'빅브라더'라는 유명한 용어가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것이죠. "Big brother is watching you." 빅브라더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키리크스 등이 나오고 난 다음에 미국 국가정보국(NSA)의 도청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낸 책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입니다.

 

2015년 6월에 코엑스에서 IT보안과 관련한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전시된 여러 첨단장비 가운데 IOT(Internet of things) 관련 기술장비들이 있었습니다.

 

IOT는 우리말로 사물인터넷이라고 하며 기기에 부착돼 있는 센서를 통해 기기가 서로 연결이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편리성을 증진시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각종 첨단기술 장비는 앞의 '모든 것을 보는 눈'이라는 말처럼 모든 것을 다 보는 눈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폭로한 사람이 바로 에드워드 스노든입니다. 그는 미국의 CIA에서 일하던 사람입니다. 스노든은 미국의 NSA란 정보기관에서 프리즘이란 걸 통해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의 모든 것을 모니터링한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이른바 에셜론이라는 프로젝트는 인공위성 등을 통해서 전 세계를 작은 목소리까지도 수집하는 시스템입니다. 첩보위성을 통해서 전화나 팩스, 이메일을 모니터링을 하는 건데요, 이런 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라고 합니다. 다섯 개의 눈은 여기에 속해 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를 뜻합니다.

 

이 다섯 개 나라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어를 쓰는 앵글로색슨족이며 미국을 제외하면 과거 영연방국가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가지고 만든 영화가 바로 <본 얼티메이텀>입니다. 영화를 보신 독자는 잘 아시겠지만 주인공 제이슨 본을 포함해 런던이나 세계 곳곳을 CCTV로 감시합니다. 얼굴 인식 프로그램으로 자기들이 찾는 사람을 순간순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것의 모티브는 에셜론 프로젝트입니다. 세계 곳곳을 감시하는 장치죠.

 

◆ 중국에서 거래되는 한국인의 개인정보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각종 개인정보를 비롯한 정보 침해 사건들이 많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2014년 1월에는 국민카드, 농협, 롯데카드 등에서 1억 개 이상의 개인정보가 단 한 번에 유출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출 방법이 터무니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 회사는 부정사용을 막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설치합니다.

 

FDS(Fraud Detection System)라고 부르는 부정행위 적발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부정사용을 실시간으로 적발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를테면 신용카드로 하루 사이에 냉장고를 두 개 샀다는 정보가 들어옵니다. 그럼 정상적이지 않죠? 하루에 냉장고 두 개를 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합니다. 이처럼 정상 패턴을 벗어나는 것이 있으면 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자면, 신용카드를 부산에서 쓰고 한 시간 후에 서울에서 또 사용했다는 정보가 들어옵니다. 당연히 정상적인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적발을 합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신용카드 회사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외주용역을 줬습니다. 당연히 용역회사에 고객들의 정보를 줘야겠죠? 이 과정에서 자동적발 프로그램 개발을 맡은 외주 용역회사의 직원이 고객 정보를 다른 곳에 팔아넘겼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입니다.

 

우리나라는 만 17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주민등록을하죠. 우리나라 모든 국민 주민등록번호는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도 많이 공개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당신의 하루가 낱낱이 기록되고 있다

 

우리 일상에 대한 감시는 땅을 벗어나 이제 하늘로 진출했습니다. 바로 드론 때문입니다. 실제로 드론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주변을 감시할 수 있고 도둑을 막을 수 있다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드론은 매우 많아질 것입니다. 쓰임새가 점점 다방면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은 이미 상품을 드론으로 배달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도미노피자는 드론으로 피자 세 판을 배달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경비원 역할을 앞으로는 드론이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드론은 경비구역을 언제나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카메라 성능도 100m 거리에서 동전을 감지하고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이제 우리는 지하철에서도, 마트 주차장에서도, 15층 건물 옥상에서도 언제나 감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기계와 문명을 뒤로하고 산으로 들어가도 감시는 계속됩니다.

 

(다음 칼럼) 빅브라더와 리틀시스터의 감시탑 -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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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전문가칼럼2015. 11. 23. 10:11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2015.11.22

 

 

원종우 필자 소개: 필명 파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다가 록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했다. 2008년 SBS 창사 특집 환경 다큐멘터리 〈코난의 시대〉 작가로 휴스턴 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과학 팟캐스트 방송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저서로 《과학하고 앉아있네》 《태양계 연대기》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가 있다.

 

◆ 로봇과 인간의 희미해지는 경계

 

로봇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요? 생각보다 오래된 단어는 아닙니다. 로봇은 20세기에 카렐 차페크(Karel Capek)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카렐 차페크는 'R. U. R'이라는 희곡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옵니다. 노동이라는 뜻의 체코어 '로보타(robota)'가 로봇의 어원입니다. 사람과 유사한 모습을 가진 기계, 스스로 작업하는 기계. 이것이 당시 처음 등장했던 로봇이라는 단어의 정의였습니다.

 

로봇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로봇이 등장하는 SF영화는 봤어도 로봇 자체가 그다지 와닿는 느낌은 받지 못했을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건 바로 로봇을 쉽게 접하기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그나마 요즘에는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 청소기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죠. 결국 로봇이 친숙하지 못한 이유는 가격 탓이 가장 큽니다. 로봇이 청소기라는 가정적인 형태로 나오면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산업용 로봇입니다. 사실 산업용 로봇은 공장에 배급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이 산업용 로봇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나라가 독일과 일본입니다. 이번에 삼성이 스마트폰 갤럭시6를 개발하면서 파눅(Fanuc)이라는 일본 회사에서 많은 돈을 주고 로봇을 샀다고 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로봇을 구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한 가지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가격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로봇 프로그래밍 때문입니다. 로봇은 인간이 시키는 일을 정확하게 하는 기계입니다. 이것은 로봇 내부의 프로그래밍에 따라서 움직이는 겁니다. 이게 제대로 되는 것이 힘듭니다. 로봇이 움직일 때 사람이 접근하면 로봇이 사람을 쳐서 다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들이 어떤 행위를 결정한 뒤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으로 미리 짜 넣어야 하는 겁니다. 이런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인재와 로봇과 공장 등을 소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정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가질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장벽이 매우 높았죠.

 

그런데 지금은 이런 괴리감이 좁아지려 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로봇 청소기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 로봇 청소기를 개발한 회사는 아이로봇(iRobot)이라는 곳입니다. 아이로봇의 사장이 리씽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라는 또 다른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곳에서는 일반인들이 일상적으로 쉽게 사용이 가능한 최초의 노동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로봇은 두 개의 팔을 갖고 있고, 도구를 여러 개 바꾸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도구에 따라서 간단한 조립도 가능합니다. 세탁기 정도의 크기인데요, 이 모델은 프로그래밍이 따로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공장에서 처음 일을 할 때 숙련자를 따라 하면서 일을 배우는 것처럼 사람들이 이 로봇에게 일을 쉽게 가르칩니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로봇도 점점 일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실수가 줄어듭니다. 새 OS가 적용되면 기존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빨라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안전성에 있어서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식의 로봇이 실제 판매되고 있는 겁니다.

 

◆ 인간 노동자보다 매력적인 노동 로봇

 

금액이 문제일 텐데 얼마일까요? 2만 5000달러입니다. 한화로 3000만 원쯤 되는 가격인 겁니다. 이게 싸다고 느껴지십니까, 아니면 비싸다고 느껴지십니까? 이런 종류의 일을 하는 제조업 종사자의 연봉이 4만 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5000만 원 정도 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사람에게 1년 연봉을 줄 돈으로 이 로봇을 1.5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봇들은 인간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24시간 근무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파업을 하지 않으며 고용 방법도 간단합니다. 구입만 하면 되거든요. 해고 역시 간단해요. 팔아버리면 끝이니까요. 파트타임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대여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사람을 쓰는 것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건비가 저렴한 곳으로 제조 공장을 옮길 필요성이 없어지게 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제조업이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로봇을 구입해서 무인공장화가 이루어지면 공장이 중국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어집니다. 이미 테슬라 자동차 공장은 98%가 무인공정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만들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겁니다.

 

이제 공장은 인건비가 싼 곳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좋은 곳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만들면 인건비가 저렴해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출시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고, 기술 유출도 훨씬 더 쉬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이 중국으로 이동했던 것은 제조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저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2000년 중국의 제조 인건비는 미국의 7%였습니다. 7% 저렴한 게 아니라, 정말로 전체 금액의 7%였습니다. 지금은 17%로 올랐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볼 때는 로봇을 도입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겁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로봇 공장'으로 변화한 중국

 

중국에서도 두 가지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첫 번째는 무인공정화의 도입입니다. 중국에서도 로봇이 활용되기 시작한 겁니다.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알려진 폭스콘도 이제부터 로봇을 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한 팔짜리 공정로봇을 생산하고 있고, 이미 생산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2020년까지 100만 대 투입이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의 이동입니다.

 

공장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두고 이동합니다. 그러니 이제 중국에서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한 겁니다. 옛날보다 새롭게 시도해보는 것도 훨씬 쉬워졌고요. 샤오미가 2015년 휴대전화 점유율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샤오미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습니다. 그렇다면 드론은 어떨까요? 드론 시장에서 1위를 점하고 있는 회사는 어디일까요? 바로 DJI라는 중국 회사입니다. 불과 1~2년 사이에 중국에서 새로운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제 변화를 받아들이고 훨씬 좋은 신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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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전문가칼럼2015. 11. 20. 10:52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유럽 한인 과학기술자들의 생각

 

 

2015.11.19
글: 김도원 박사

 

 

 

지난 13일은 유럽 각지의 에너지 환경분야 한인전문가들과 오스트리아 전문가들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모여 한-유럽 에너지 포럼을 개최한 날이었다.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협력'이라는 주제 아래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유익하고 활발한 토론으로 행사가 이뤄졌다. 행사가 끝난 후, 못다 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마친 후 호텔로 돌아온 우리 일행은 로비에 놓인 TV에서 충격적이고 참혹한 파리의 테러 소식을 접했다. 하필 그날은 13일의 금요일이었다.

 

우리들에게 유럽은 각별한 곳이다. 우리들의 가족과 친구와 직장 동료들이 흩어져 살고 있고 우리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터전이다. 또한 한인과학기술자연합회, 한국학교 등 다양한 한인 네트워크를 통해 유럽 각지의 한인들과 연결되어 있어 우리 한인들에게 유럽은 그 어디든 가까운 이웃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번 행사에 파리에서 온 우리 포럼 회원은 없었지만, 가까이 지내는 한인 과학기술계 동료들이나 한국학교 선생님들이 파리에 많이 계시기 때문에 파리는 특히 친근하다. 더욱이 지난 5월 우리 포럼은 바로 파리에서 행사를 개최했었기에 남일 같지 않았다.

 

파리 사태 보도를 보는 순간 모두들 충격에 빠졌다. 우리가 성공적인 행사를 자축하고 오랜만의 만남을 서로 반가워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을 때 파리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참혹한 희생을 당했다 생각하니 황망할 뿐이었다.

 

지난 1월에 이어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테러다. 파리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각기 서둘러 안부인사를 묻는 한편 다시 모여 이 참담한 사태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다음날 유럽에너지환경한인전문가포럼 총회는 파리 테러로 희생된 분들에 대한 깊은 애도의 묵념으로 시작되었고 행사 후에도 착잡함 속에서 유럽 각지로 돌아갔다. 예상대로 비엔나 공항은 중무장한 경비병력이 배치되어 삼엄했다.

 

이번 참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 각기 의견이 분분하겠으나, 나는 이번 참사의 배경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보고자 한다. 즉 ▲역사적 맥락 ▲세계화의 맥락 ▲지속가능성의 맥락이다.

 

우리가 잘 알듯이 유럽과 미국 등 서방세계와 이슬람 중동세계간의 갈등은 십자군 전쟁 이래 누적된 오랜 역사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부터 이어진 서방의 식민지 정책과 일방적 패권주의, 특히 과거 수십 년간 중동의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미국의 무리한 무력 개입과 유럽의 동참은 중동의 민초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강요해 왔고, 이슬람 사회는 내분과 내전에 휩싸이면서 살상이 난무하고 난민을 양산하게 되었다.

 

종교적 갈등이라기 보다는 서방의 패권주의에 내몰린 경제적, 정치적 갈등이 그 본질이며 이에 대한 절망감이 종교적으로 이념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는 다르나 아프리카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은 이 참사는 질곡의 현대사 속에 쌓여진 이슬람 사회의 한이 왜곡된 형태로 분출된 것이라 보아야 하지 않을까?

 

세계화는 초국적 기업의 출현과 국가간 빈부격차의 확대 등 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치, 문화 등 각 분야에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그 대응도 세계적 차원이며, 한 지역의 재난도 전 세계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의 빈부격차는 확대되는 반면 아랍의 봄이 창출되는 등 각 분야에서 세계가 공유하는 영역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테러 역시 세계화의 길을 가는 듯 하다. 이슬람 세계와의 갈등은 전 지구적 위협으로 등장했고, 이슬람 내부 갈등과 분쟁으로 양산된 수많은 난민들은 과거에 비해 더 용이해진 여건에 의해 세계 각국으로 이동 중이나 이는 테러범들의 이동에 악용될 수도 있다.

 

세계화를 주도했고 역사적으로 이슬람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던 서방세계가 이제는 그 참혹한 후폭풍을 경험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 영향은 파리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파리 다음은 로마나 런던이라는 풍문도 나돌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그 어디도 예외라는 보장은 없을 듯 하다.

 

지속 가능성은 통상 경제적 성장, 환경적 안전 그리고 사회적 안정성을 중심 축으로 한다. 이 중에서 사회적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빈부격차, 성차별, 지역간 혹은 세대간의 갈등 등 다양한 계층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면, 소외되고 억압받아 그 한이 누적된 이들은 마침내 이를 예상할 수 없는 형태로 분출함으로써 그 사회를 지속 가능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 사회일수록 상생의 문화가 강조되고 발전되고 있다.

 

이번 참사도 결국은 이슬람 세계의 소외와 내몰림이 초래한 결과라 보인다. 지구 한편에 내몰려 있던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무고한 많은 시민을 희생시키는 무모함을 선택했다.

 

그런데 만약 이번 테러의 주체가 IS에서 파견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자생조직이라면 더욱 심각하다. 세계 각지에서 소외된 이들이 자생적인 지하조직을 만들어 IS에 동조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는 세계를 매우 불안하게 한다. 각지에서 자생된 그룹이 테러라는 극단으로 그 소외감을 표출할 경우 이를 방지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지속 가능한 사회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사가 발생하던 날 밤 모인 우리 일행은 이 사태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그 방법은 단연코 잘못되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독립투쟁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럽에서 많은 희생이 났으니 세계가 크게 떠들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더 큰 참사가 발생하거나 수십, 수백 배 많은 난민들이 목숨을 잃고 고통스러운 떠돌이 생활을 해도 세계가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적 행위는 용납할 수 없지만 이슬람 사회의 한은 세계가 이해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이 현대사 속에 누적된 중동의 한인 만큼 그 해결 대안도 세우기 어려운 듯 하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복잡하게 얽히고 갈라져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이슬람 사회가 IS와 테러에 반대하고 있고, 이로 인한 그들 내부의 갈등도 갈수록 격화되고 있지만, 이들에게 누적된 한이 존재한다는 점은 공통적일 것이다.

 

한편 갈등의 현장을 탈출하여 나온 이슬람 난민들은 이번 참사로 인하여 세계 각지에서 따뜻하게 받아 들여지기 더 어렵게 되었다. 참사 이후 서방세계는 군사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하나, 단기적인 대응은 되더라도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유럽의 많은 사람들도 어두운 역사와 이슬람 사회의 한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만 그들의 한을 어떻게 달래고 어떤 근본적인 치유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과학기술자로서 우리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이르면 더욱 그 답이 막연하다. 그 본질적 원인을 고려할 때 정치경제적이고 외교적인 대안이 더 직접적인 해결방안임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우리같이 유럽에 있는 과학기술자들이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비록 직접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더라도 우리 과학기술자들의 작은 역할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 참사가 일어난 날 우리 포럼이 논의했던 주제는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해 에너지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이었다. 사회와 시장이 요구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제반 기술들이 발전되기 어렵다는 의견과 과학기술자들이 기술적 해법을 실현하여 보여 줌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해 한걸음씩 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어느 것이 먼저라 하기 어려우나 분명한 것은 과학기술자들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술에 더 집중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참사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소외된 이들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당장의 테러를 막기 위한 고도의 첨단무기 개발 보다는 소외된 이들의 삶이 나아지고 스스로 일어나 세계와 화합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술적 대안을 제공해 줌으로써 소외된 이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눈물을 닦아 주는 근본적인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미 유럽의 많은 한인과학기술자들은 I-DREAM (Inclusive Development Research Association for Mankind) 이라는 자선기구를 만들어 아프리카 등 후발국들에게 필요한 적정기술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을 해 오고 있다. 후발국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이들이 삶을 개선하는데 후원자가 되어 준다면 이러한 과학기술자들의 노력은 더 많은 참사를 예방하고 세계를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기대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은 지속 가능한 사회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 사회는 우리 역사의 어두운 면을 숨김없이 직시하고 있는지, 소외되고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반영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우리 사회 한 구석에는 한과 응어리가 자라나고 있는지 과학자를 포함해 모두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 김도원 박사는

 

영국에서 산업생태학을 전공하였고 현재 아프리카 생태산업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거주하고 있으며  유럽에너지환경한인전문가포럼 (K4EF) 대표, EKC(Europe-Korea Conference) 프로그램위원, I-DREAM 등에 참여하며 유럽 한인 과학기술자들의 교류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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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전문가칼럼2015. 11. 17. 09:29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2015.11.16

 

 

원종우 필자 소개: 필명 파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다가 록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음악평론가로도 활동했다. 2008년 SBS 창사 특집 환경 다큐멘터리 〈코난의 시대〉 작가로 휴스턴 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과학 팟캐스트 방송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저서로 《과학하고 앉아있네》 《태양계 연대기》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가 있다.

 

◆ 우유 하나로 모든 과목을 가르치다

 

핀란드는 교과목의 벽을 허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인문학적 창의력의 중요성'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핀란드의 교육을 설명하기 위해 예시를 한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우유가 하나 있다고 가정해보죠. 우리는 이 우유로 뭘 공부할 수 있을까요?

 

한국 교육에서 우유는 중학교 '가정' 교과에서 성분과 효능 정도를 배웁니다. 시험 문제로는 "다음 중 우유로 만들 수 없는 가공식품은 무엇인지 골라보시오" 같은 것이 출제되겠고요. 하지만 핀란드에서 우유를 가르치는 방법은 다릅니다. 우유 하나로 생물학, 화학, 환경학, 경제학, 문학 등 수많은 학문을 공부합니다.

 

핀란드는 위와 같은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생물·화학·물리·지구과학 같은 교과과목을 통합과학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저도 본래 천문학을 가르치던 교육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지금 학생들이 배우는 양을 10분의 1로 줄여야 합니다. 한국의 학생들은 너무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 빅 히스토리란 무엇인가?

 

빅 히스토리(big history)라는 것을 아십니까? 방금까지 말한 것을 교육 현장에서 녹여서 말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빌 게이츠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액을 지원해서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실크로드를 예로 들어보죠. 현대에는 이 실크로드를 '개척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실크로드를 개척했다고 알려진 장건은 흉노족에 사로잡힙니다. 고대에선 한번 붙잡히면 10년은 거기서 묵는데, 그 당시 흉노족들은 이미 실크로드를 통해 교역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를 빅 히스토리에서는 '점을 잇는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서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는 겁니다.

 

빅 히스토리에 대해서 또 다른 좋은 예가 있습니다. 바로 돛단배입니다. 돛이 사각형이면 바람이 불 때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멈추면 이동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돛이 삼각형일 경우에는 그 반대입니다. 바람이 멈추면 이동할 수 있지만 바람이 불면 못 가는 겁니다.

 

이 돛의 모양이 사각형이냐 삼각형이냐는 문명권마다 다릅니다. 어느 문명권에서는 삼각형 돛을 사용하고 어느 문명권에는 사각형 돛을 사용하는 겁니다. 이럴 때 바람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이 가능하려면 어떤 형태의 돛을 달면 될까요?

 

정답은 사각형과 삼각형 돛을 모두 달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이 두 돛을 합칠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러다가 두 가지 형태를 합친 돛을 개발하게 돼서 배에 달게 되니 항해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항해 속도가 빨라지니 교역이 빨라지고 경제가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니 세상이 바뀌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이렇게 전 세계의 네트워크를 합쳐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빅 히스토리적인 관점입니다.

 

빅 히스토리적인 관점 중 다른 하나는 핀란드 교육과정에서 행하는 것처럼 우유 하나를 두고 문화와 과학에 대한 것을 전부 이야기하는 겁니다. 모든 것을 연관 지어 보면 역사라는 것은 동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주에서 온 원소를 보고 있다는 것은 온 우주와 내가 연결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빅 히스토리라는 것은 어쩌면 지금 시대에 융합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데에 가장 도움이 되는 교육방식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빌 게이츠가 지원을 하는 거겠지요.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역사학자들은 그 이유로 미래 예측을 듭니다. 어느 시대에 무엇을 했다는 걸 발견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모든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힘을 길러서 결과적으로 미래를 보는 시각을 키워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장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앞으로 여러 분야의 연결고리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서 사고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다음 칼럼) 안드로이드 하녀를 발로 차는 건 잔인한가?(정지훈) -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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